이제 그만 끝낼까 해 : 나만의 해석
취향/덕질해석을 찾아보고는 당황했다. 모두 상상속 이야기였습니다~ 일 줄 상상도 못 했다. 나는 중간쯤부터 거의 80%정도 치매와 시간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했고 루시가 그 치매를 앓는 캐릭터이며 그래서 마지막쯤에 관리인과 루시가 만났을 때 어흑흑 너는 남편을 잊어도 남편은 그자리에 계속 있다구-! 하고 살짝 눈물까지 짰는데...ㅋㅋ ㅋㅋ ㅋㅋ 완전 헛다리였다이거야. 그래서 결말에 뜬금없이 제이크가 주인공이 돼서 상받는 스피치를 하는데 엥? 싶은 거다. 뭔데 나댐? 이 돼서.
내가 이 영화를 디멘시아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한 몇가지 이유
1. 루시가 계속해서 바뀜. 루시, 루이자, 루체, ... 그리고 자신의 휴대폰에 그 각기 다른 자신의 이름으로부터 전화가 옴. 나는 이 휴대폰이 치매환상속(영화속) 루시와 현실의 루시를 이어주는 창구이자 제 병증의 경종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루시가 무의식적으로 제 병증을 거부하느라 전화를 안 받는 거라고 생각했음. 또 계속 루시의 차림새도 조금씩 바뀌는데 스스로 인식을 못하는 것도 그랬음.
2. 영화에 패턴벽지가 되게 중요한 걸로 나옴. 패턴은 계속 반복되는 것인데 벽지는 가만히 멍때릴 때 말고는 볼 일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음. 그래서 나는 현실의 루시가 하루종일 병상이나 의자에 앉아서 반시체로 멍하니 벽만 보며 매일매일 반복되는 환상속에 껴있다고 생각했음
3. 자꾸 뭐가 없어지고 또 없어진 게 갑자기 튀어나오고, 근데 이런 납득하기 어려운 꿈과 같은 상황을 루시는 이상하다고는 생각하면서도 또 그런 변화가 있을 때마다 그때그때 맞춰 얼른 o...kay. 하듯이 임기응변해냄. 이게 꼭 치매환자가 자신의 병증에 익숙해져서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다기 보다는 얼른 실제로 이상한 건 자시자신일테니 그 상황을 “안 이상하다”고 여기고 끼워맞추려 하는 루틴이라고 느껴졌음
4. 제이크의 어릴적 사진을 보고 자기자신의 어릴적이라고 말하는 부분도 치매의 증거라고 생각함...
5. 눈속의 기나긴 드라이브. 이게 특히 집으로 돌아가는 씬은 오로지 차안의 상황만 보이고 외부는 드러나지 않음. 차는 사실상 멈춰선 것처럼 보이고 눈만 불어올 뿐임. 이게 꼭 인생의 겨울에 동서남북도 모르고 고립된 영혼처럼 보였음.
6. 털시타운에서 “나아갈 필요 없다” 고 말하는 여자. 치매가 치료될 수 없는 병임을 앎과 동시에 루시는 또 진취적인 젊은 시절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보임. 그래서 루시는 그 와중에도 계속 ‘나아가는’ 착각을 했던 거. 마치 눈보라속의 차가 사실은 멈춰있지만 인물들은 나아가고 있다고 믿은 것처럼. 이는 헛수고이고 헛된 노력임. 털시 타운의 “나아갈 필요 없다” 고 하는 여자는 뭐 나는 간병인이나 루시의 무의식중 하나 정도로 생각했음. 헛수고 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는...
7. 관리인이 남편과의 첫만남을 물었을 때 그런 사람 모른다고 먼저 했던 말을 제 스스로 번복하는 것도 오락가락하는 기억력이라 생각했음.
응 다 땡이야
루시에게 계속 걸려오는 전화에 관해 : https://www.google.co.kr/amp/s/screenrant.com/im-thinking-ending-things-phonecall-voice-jake-woman/amp/
기사를 읽어보면 전화는 관리인과의 연결창구다. 루시가 관리인의 환상속 자아 중 하나라는 걸 보여준다고. 썩 속시원한 답은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시간에 관한 영화라는 내 생각은 좀 아다리가 맞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역시 시간에 관한 이야기. 사실 우리는 어느 지점에 멈춰있고 시간은 이 눈보라처럼 우리 앞으로 불어와 스쳐지나가는 것이라고. 내가 평소에 생각하는 것과 비슷했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내가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풍경이 뒤로 밀려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 않은가.
‘나’는 정지해있고 시간이 불어오는 것이라면 시간은 앞에서 불어올 수도, 뒤에서, 옆에서 불어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루시가 계속 제이크네 부모의 갖은 시절을 목격하게 되는 줄 알았다. 상대성이론적 상상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또 루시가 제이크를 처음 만난 시기를 헷갈려한다는 점, 제이크가 “만난지 얼마 안 된 여자친구”에게 농장의 끔찍한 현실적 일면을 별 거리낌 없이 보여주는 것은 영화상 시점 속 이들은 사실 만나지 얼마 안 된 게 아니라 꽤나 오래 만났는데 그 시간의 직조가 지그재그 형태로 되어있어서 가능한 거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내 개똥해석에 의해
루시는 그닥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한 건 아니었다. 제이크는 루시에 비해 한참, 한참 모자란 남자고 결혼은 루시가 마지막에 말하듯 “나는 no를 못해서 결국 yes라고 말해 그런데 한번 yes라고 말하면 계속 yes하고 말하게 돼버려” 로 얼레벌레 하게 된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실상 별 볼 일 없는 인생이 되어버렸고, 시부모 수발이나 들다가, 그 노년에 치매에 걸렸는데... 그 쯤이 돼서야 제 지난 인생을 그나마 미화할 수 있게 된 거 정도로 생각했다. 별 볼 일 없는 인생이었지만 어쨌든 “이제 그만 끝낼까 해” 하고 관둬버릴 수 있는 삶으로 스스로 일종의 체념, 정리를 하게 된 거라고.
그러니까 “세상엔 이런 재미없고 보잘것 없는 인생도 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인생이 널렸고 네 인생도 아마 그럴 걸” 고 말하는 영화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이런 영화를 싫어한다. 너무 현실적이라서. 내 해석은 틀린 거였지만 어쨌든 이런 씁쓸하고 외로운 인생 이라는 결말은 대충 맞지 않나?ㅋㅋㅋ
이와 끝맛이 비슷한 영화로 갠적으로 <인 디 아일>을 꼽겠다. 고독하기 짝이 없는 본질적 외로움 달랠래야 달랠 수 없는 외로움을 테마로 한 영화다... 근데 이 영화 또한 상기한 이유로 좋아하지 않는다. 둘 다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 것과 무관하게 보면 마음이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