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Room

코엑스에서 돌탑을 쌓고 기도하다

일기

1. 카드를 잃어버려서 재발급 받았던 걸 까먹고 앱스토어 갱신을 안 했다가, 오늘 티스토리 앱을 받으려고 들어가서야 갱신하게 됐다. 그와 함께 정체 모를 정기결제가 25천원 넘게 한방에 결제됐다. 뭘까. 일단 쿠키런에서 무지개큐브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하길래 10$를 지르긴 했었다. 그거 말고 뭐가 더 있을까...... 어쨌든 전부 쓰는 데서 나간 걸테다. 가계부 작성의 유용성을 느낀다. 안 그래도 이번달부터 쓰고 있다.

2.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요즘 하루하루 소소하나마 많은 걸 해가고 있어서. 기록해두고 싶다. 내가 이렇게 에너제틱하게 살았던 순간을. 기록한 것을 나중에 봤을 때 느껴지는 부끄러움이 있고 기록하지 않아 나중에 찾을 수 없어지는 것들에 대한 후회가 있는데 부끄러움과 후회의 대결이라면 부끄러움을 견딘다.

3. 오늘(어제)는 수빈이의 생일이었다. 사실 친구랑 같이 생일을 기념(이라고 하고 그냥 같이 놀 구실)하려고 했는데 친구가 일이 생겨버려서 애매하게 됐다가... 쇼핑할 것도 있는 김에 겸사겸사 혼자 강남에 갔다.

3-1. 수빈이 생일 카페. 갔더니 역대 그 카페를 걸친 아이돌 생일 컵홀더를 전부 걸어 전시하고 있었다ㅋㅋㅋ 우리 아이 또한 one of them인 것을 느끼게 될 때 빠순이의 기분을 서술하시오? 그런 것에 일일이 현타를 느낄 시기는 지났고 그냥 카페 분위기와 규모를 고려했을 때 아이돌 이벤트를 하는 게 주인에게 제법 괜찮은 벌이가 되겠다는 생각은 했다. 시나몬 맛이 강한 에그타르트는 페스츄리가 살아있었으나 차갑게 식었었고 핫으로 주문했던 바닐라 라떼에는 얼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게다가 컵홀더가 십칠틴의 지우씨였다. 수빈이도 컵홀더가 남으면 언젠가 남의 생일에 짬처리로 쓰일까? 좀... 고통스러워...... 여튼 먹으러 간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앉아서 취식도 안 되는데 아이스 음료를 들고 밖을 돌아다니긴 힘들 것 같아서 얼음은 다 빼달라고 다시 부탁해야 했다. 그래도 방문 목적이었던 포스터가 예뻐서 이거 하나로 만족한다. 사실 내가 특전을 아주 따졌으면 다른 카페에 갔을 수도 있는데 돈 안 내고 느지막히 가도 그냥 무조건 받을 수 있는 특전은 다 만드는 이의 미적 감각 문제지 품목 자체에서 뭐가 개이득이고 이런 건 사실 잘 없다. 게다가 홍대 일대 동네는 뒤지게 멀다. 걍 강남에 괜찮네? 싶은 데가 있으면 싸게싸게 거기로 가야 한다 경기남부 생활 1년차의 깨달음.

저 포스터에 쓰인 위버스매거진 사진 너무너무 예쁨... 내가 사랑하는 수빈이의 분위기중 하나다


3-1-1. 하필이면 코로나때문에 거리두기가 강화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토요일인데도 강남 길거리가 붐비지가 않았다. 이정도면 상당히 파리 날린 거다. 작년엔 생일 카페 가서 앉아있으면 제법 팬들이 오가고 앉아서 떠들고 이것저것 구경하고 복작복작했는데 올해는 뭐 들어와서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좀 보다가 음료 받으면 얼마 안 가 퇴장하고... 쓸쓸;; 코로나 때문이겠지. 빡세게 세뇌. 빡센긍정. 하여간 가끔 나도 아이돌생일맞이빠순이flex를 하는 상상을 했었는데 생일카페는 절대 안 할 거다. 가장 돈이 덜 들진 몰라도 흔하고 자잘하고 더군다나 생일이라는 대경축일에 우리 아이 또한 one of them인 걸 느끼게 만들어버린다. 일단 지금 생각나는 건 조선일보 전광판 해킹. 아니면 한강에서 드론쇼.

3-2. 코엑스 수빈이 전광판 광고를 보러 갔는데... 진짜 사람 없었다. 겨울이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 작년에도 했는데 그 땐 많았거든. 진짜 코로나가 너무 죄가 많다. 중국 뒤지게 패야된다. 이새끼들때문에 도쿄올림픽은 좆창이 났는데 2022 베이징 올림픽은 멀쩡하게 개최해서 관광비 존나게 벌어제낄 거 생각하면 진짜 내가 일본인도 아닌데 개빡친다. 도쿄올림픽은 너무 불운하고 뻘짓을 선을 넘게 쳐해대서 비웃긴 올림픽이었지만 베이징올림픽은 존나 개빡쳐서 패주고 싶은 올림픽이다. 어쨌든 사람 없어서 아이돌 생일 전광판 폰으로 찍는데도 안 쪽팔렸다. 수빈이너무예쁨!!!

이거 수빈바에서 해 준 거임. 베이징올림픽은 개좆같고 생각만해도 혈압오르는데 수빈이 중국인팬들은 감사해^^

하여간 오늘 너무 휑했어서 그런가 다음엔, 내년엔, 내후년엔 더 많은 사람들이 수빈이의 생일을 축하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수빈이가 행복해질 것이고 나도 행복해질 것이다. 오늘 생일 브이앱에서 기분이 좋아 보이는 수빈이를 보며 이녀석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는 걸 또다시 느껴버렸고... 이게 그냥 하는 흔한 말이 아니라. 얘는 정말 전에는 나도 놀랄 정도로 투명하고, 해맑고 순수하고 너무 잘 웃는 애였는데 그랬던 애가 어째 유독 더 많은 걸 겪어버려서 힘들어 하는 게 눈에 보였고... 당장 거기에서는 탈출한지 몰라도 그냥... 예전보다 날 선 모습이 자주 드러나고 여유가 없어보이고 지쳐보이는 날이 많아져서 얘가 웃어주는 순간의 모습들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했다. 이런 거 신경쓰는 덕질 하지 말라는데 음... 이녀석의 기분에 내가 일희일비하고 휩쓸린다기 보다는 오히려 이녀석의 행복이 간절해지고 오기 생겨서 꼭 보고싶다. 아니까... 얼마나 세상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아이인지를. 그리고 요즘 수빈이 정말 제법 즐거워 보여서 좋다. 그래서 내년에는, 또 생일을 맞이하여 진짜 20살(만)이 된 오늘부터는, 수빈이가 더 자주 쉽게 행복을 느끼고 언제나 행복을 받아들일,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기도를 해본다. 정말, 정말로 네가 행복했으면. 사람들이 주는 사랑을 마구마구 먹어치우고 맛보고 취하고 흠뻑 빠지고 그 행복에 중독되고 살면서 미움이라곤 받아본 적 없는 것처럼, 사랑만 받을 줄 아는 애처럼 굴었으면. 사랑 받은 사람은 줄 사랑도 많으니까,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뿌리고 다니니까. 사랑스러운 뭔가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이런 선순환의 원리가 아닐까? 그러니까 수빈이는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믿고 뻔뻔하게 밀어붙여서 무조건 반드시 필히 절대로 행복해져야 한다. 그러면 내가 행복해져서 너를 더 행복하게 하고 다시 너는 나를 더욱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다.

4.
오늘 원래 사려고 했던 거 : 텀블러, 슬리퍼, 하의
산 거 : 코트
여기서 코트가 10만원이 넘는 거였기 때문에 스타필드 행사로 무료로 머그컵을 받았으니까 텀블러를 산 거나 마찬가지가 됐으니까 결국 제대로 산 거 아님? 그리고 슬리퍼는 쭉 보니까 예쁘지도 않은 게 브랜드 로고 붙었다고 5만원을 넘어가는데다 밑창은 겁나 잘 미끄러져서 온라인쇼핑이 더 나을 같아서 미룸. 현명하지 않음? 그리고 하의는 코트를 새로 사고 나니까 어떤 옷을 같이 입어야 어울릴지 좀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아서 미룸. 이 또한 현명하지 않음?

4-1. 코트가 맘에 든다! 드니까 사야할 거 다 무시까고 코트만 덜렁 샀겠지. 진짜 고르는데 고심했다. 최소 한시간은 코트 본다고 돌아다님. 왜냐하면 오늘도 외출 전에 옷을 입으면서 ‘외투 입을 거 뒤지게 없네 진짜’ 생각하며 결국 상하의 스타일과 그나마 어울리는 구제샵 가디건-귀여운데 할머니 스타일이라 제법 개성파;-를 또 입었기 때문이다. 노멀하고 따뜻한 느낌에 핏 예쁜 코트가 필요했는데 처음 본 게 소매를 약간 풍선느낌으로 잡아주는 거여서 귀여웠고... 카라도 원카라인데 동글동글하니 귀여움. 난 더블카라 좀 안 어울리는 듯...? 여튼 한시간 가량 계속 봤지만 늘 그렇듯 처음 게 제일 예뻐서 결국 질렀음. 그래. 이러려고 돈 버는 거다. 주식올라라... 엘지전자 화이팅

5. 저녁 중국집 시켜먹고 운동도 내일로 미뤘다. 발 아파서 그랬다기 보다는 식사->운동 vs 운동->식사 중에 전자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식후 달리기는 옆구리가 매우 아프다는 걸 알기에...

6. 오타쿠짓 해야 될 게 너무 많다. 투바투 영상도 볼 게 많이 나온 것 같고(근데 오늘자 MMA는 안 볼 거임^^ 애들의 노고를 패싱하는 게 아님, 클립으로 충분히 봤음(네이버블로그하얀대가리따봉짤~)) 드라마 카이로스 재밌음 빨리 몰아보기 하고 본방 따라잡아야됨. 그리고 넷플릭스 손더게스트 들어왔는데 오컬트, 컬트 다 좋아하는 내가 꼭 봐줘야 함. 써놓고 보니 내가 이렇게 한국 미디어를 좋아했나 싶은데 뭐... 재밌는데 어쩌겠음. 난 진심으로 김치도 너무 좋아함. 어릴 땐 김치 없으면 밥맛이 안 나서 어쩌다 김치 상에 안 올라오면 엄마가 어이쿠야 하면서 김치 갖다줬음. 뼛속까지 김치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