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중반 여성... 척추전문병원 다녀오다
일기등허리통증이 가시질 않는 게 가만 둘 게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결국 병원에 다녀왔다
고른 곳은 바른세상병원... 알고 간 것은 아니었고 매일 출퇴근할때 버스에서 광고멘트가 나와서 ㅋㅋㅋ 척추관절 전문인 것도 있고 출퇴근시간 맞춰 가기 편할 것 같아 예약을 잡고 지난 금요일 다녀왔다
내 건강에 대해 말하자면 아파서 대학병원까지 가본적은 없고, 누구나 가는 치과를 제외하고는
부정맥이 있는 것 같아서 흉부병원에 간 적 한 번
눈에 염증이 나서 안과에 간 적 한 번
코뼈가 부러져서 정형외과에 간 적 한 번
이명과 소리가 먹먹하게 안들리거나 하는 게 잦아서 이비인후과에 간 적 한 번
이렇게 있는데 저중에 코뼈랑 눈염증 빼고는 그냥 내 기우였다; 병까지는 아니고 그냥 스트레스받으면 그럴 수 있다... 는 것. 부정맥도 현장 진료로는 안 나왔고 내가 24시간 기계 달고 검사하는 거는 실수를 해서 망침...ㅋㅋㅋ (근데 어쨌든 내딴엔 정말 수년씩 지속된 증상이었어서 큰 맘 먹고 병원에 간 건데 그랬음...)
즉 한번도 그다지 크게 아파본적이 없는 사람이다. 건강하고 튼튼한 것도 아닌데 또 막 아픈 적도 없다... 코뼈 부러졌던 것도 뭐 대단한 걸 한 건 아니고 그냥.. 엑스레이 촬영해보고 멍들어서 거즈같은 거 대고 약받고 ㅋㅋ 그게 다였던 거 같다. 하긴 내 생각에 난 외적인 병보다는 내과적으로 더 문제있을 것 같다. 적게 자고 담배 피우고 쓰레기같은 식습관의 소유자라... 소화기과를 가보고싶긴 함...
그치만 심장이 불안하게 두근거리는 느낌이나 이명, 난청(꼭 귀가 갑자기 물에 잠기는 것 같은 느낌.. 먹먹하게 안들리거나 양 귀 소리가 번갈아서 들린다든가... 일단 내 멋대로 난청이라 부름)은 심리적인 요인이 커서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허리만은.
내가 허리 통증? 을 심각하게 인지한 건 작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니까 그 전에도 있었는데 내가 별 신경을 안 쓰고 살았던 거고, 작년 겨울 주기적으로 러닝을 하다 보니 도대체 운동을 하는데 왜 무릎도 무릎이고 허리가 점점 아픈거냐 싶은 거임... 그리고 자세가 잘못됐는지 온 몸 관절마다 무리가 오는 듯 했다. 찾아보니 근육없이 달리는 사람은 관절에 무리가 많이 간다고 해서. 근육을 만드려고 찾아보니? 허리 아픈 사람은 무산소 잘못했다간 골로 간다는 거다... 난 허리가 제일 문젠데 ㅠㅠ!!
내 증상은 그냥 어떻냐면... 허리를 쭉 펴고 앉기, 일명 바른자세 를 하고 앉으면 정말 몇분 지나지 않아서 오른쪽 등허리에서 찌릿찌릿 저릿저릿 쥐내리는 것 같은 감각이 온다. '아프다' 기보다 정말 은은하게 마비가 오는 느낌이다. 이게 꼭 저 자세 뿐만 아니라 그냥 허리에 어느정도 긴장을 준 상태에서 가만히 있으면 항상 얼마 안 가 저 감각이 온다. 그리고 한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오른쪽 다리 저린 게 일과였다. 이것도 차장보니 척추측만증 신호였다.
나는 초등학생 때 척추측만증 위험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학교에서 일괄적으로 했던 검사 ㅋ)
그동안 잘난 거 하나 없어도 건강은 있다고 생각하며 방만, 태만하게 살아온 것이 만 25세가 되자마자 바로 신호를 보내는구나... 생각이 안 들 수가 x
서론이 길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렇게 큰 병원에서 진료받아본 적도 정말 없거니와. 그래서 정말 한 눈에 봐도 아픈 사람들이 많아보였다... 노파들은 물론이고 내 또래 젊은 사람들도 정말 한눈에 온 몸이 불편해보이는 사람이 많았고. 허리 척추가 아프니 거동도 잘 안 돼서 부축받고 다니고... 다들 느릿느릿...
아, 나는 꽤병이다.
내가 안 아픈 건 아니지만... 그치만 그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 아픈 정도는 그냥 누구나 다 이정도 아픔은 갖고 살아가는 거 아닐까? 싶어지는 거다. 혹은 감기처럼 그냥 좀 버티면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주지 않을까?(그게 한 1년이 되어가지만) 그런 생각을 계속 했다...
세상엔 아픈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자신의 삶이 불행하게 느껴지거든 대학병원 로비에 가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유연석ed고 어쩌고를 떠나서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다. 적어도 불필요한 자기연민은 좀 털어낼 수 있고 또 그냥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조오오금은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건 그냥 나한테만 해당되는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나는 아파본 적이 많이 없어서 큰 병원에 갈 일도 잘 없었고 그래서 '환자' 라는 것이 뭐랄까 굉장히 비일상적인 정체성이었음... 생활하면서 뭐 알레르기나 비염같은 가벼운(?) 지병이나 사고외상 같은 게 아니라 정말 정기적으로 병원을 가봐야 할 정도로 아픈 사람도 잘 못 봤고(당연하다 나와 생활이 겹치는 사람이라면 나랑 비슷한 사람일테니) 있다면 보통 아프기 쉬운 노인층이 그랬고 또 내 또래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해도 그들이 아픈 걸 굳이 내게 알리지는 않았을테니... 하여튼 세상에 아픈 사람들은 정말 많다.
어쨌든 엑스레이 결과 나는 꽤병이 맞았음
내 진료를 봐준 선생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선생님의 눈빛이 굉장히 총기 있고 맑으셔서(분명 나보다 훨 연상이실텐데도 불구..) 기억에 남는다. 나 내 눈빛이 흐리멍텅한 만큼 반대급부로 타인을 볼 때 눈의 총기가 매우 중요한 요소임 ㅋㅋ 여튼.
사실 꽤병은 아니고 척추가 좀 휘어있는 게 맞다고는 했다 근데 이게 병으로 진단내릴 정도는 엑스레이상 아닌 것 같고 엠알아이 하면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엑스레이로도 잘 안 보이는 휘어짐을 굳이 엠알아이로 뭐하러 보나. 약 받고 물리치료랑 도수운동치료 받기로 했다...
아니 뭐 잘 된 일이다. 심각한 게 아니니까... 세상은 이걸 '조기치료' 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물론 난 허리 아픈지 1년이 넘어가지만?
아니 그러니까 잘 된 일이긴 한데 난 뭐 병원 갈 때마다 이러니깐 앞으로 아파도 병원 안 갈거라고요. 왜 나는 아픈데 병이 아니라는 거예요 선생님... 척추도 심리적으로 아플 수가 있나요 ㅅㅂ
새는 이야긴데 내 부정맥은 심리적인 건 맞았던 거 같다. 그냥 에바 불안증에... 이유 모를 불안증에 시달리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근거는 뻔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지 뭐 하여튼 당시에는 그것조차 궁리하기도 싫었음 내가 왜 불안한지 사실 알고 있기도 했고 생각해봤자 더 불안해지기만 하지 당장 뭘 한다고 미래에 대한 보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 해결이 될 것도 아니라서... 그게 시도 때도 없이 두근거리는 감각으로 왔던 것 같구 이명은... 근데 이명이라고 해야 할까 난청은 아직도 자주 있음 귀 한쪽이 먹먹해지는 일이 잦다~ ㅜ
어쨌든 뭐 조금은 김빠지지만 그래도 잘 됐다는 기분으로 약도 타고 태어나 처음으로 물리치료도 받았다. 가볍게 전기마사지? 모 그런 거였다... 그 기계를 붙이고 있을 때는 이게 전기충격이야 초고속마사지야 싶었는데 떼고 나니까 알겠더라 찐전기였음 기계를 떼고도 계속 등쪽에 전기가 통하는듯 짜리리한 느낌이 멤돌았다... 재밌었다 ㅋㅋ
어쨌든 저러한 일련의 치료를 받아본 후에 3주뒤 다시 병원에 간다... 뭐 엑스레이상 나아지는 게 있지는 않을 거 같고 내가 통증을 그동안 어떻게 느끼느냐 문제겠지? 빨리 도수운동이나 받아서 허리좀 좌좌 펴고싶다 지금 약 먹는 게 진통제라 효과가 좀 있는 것 같긴 한데(의자에 계속 허리 펴고 앉아있는데 안 아픔!!!) 어쨌든 이건 약 끊으면 다시 아플 거란 뜻이니까
가격은 쌌다 3주치 약값이랑 초진료비 합쳐서 삼만원정도? 물리치료비는 안나온 건지 초진료비에 합쳐진 건지 뭐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