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Room

time flies

일기

엄마아빠의 환갑
애매하게 어리고 가진 거 없는 나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서
지금의 나는 좀 못 가져도 된다고 다독이는 것이
뺏기거나 잃는 게 아니라 그냥... 아직 내 타이밍은 아니라고 아직 나는 이런저런 거 가질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게
어떤 사람들에겐 불필요한 일일 것
억울하거나 작아지는 기분이라기보다
평생... 이정도로... 살 것 같은 공허함
이게 내가 저지를 수 있는 어쩌면 최대치의 과감함
바보같은 자신감을 가져볼 수도 있지만 조증환자
한없이 비관할 수도 있지만 이조차 못 하는 사람 또한 많은 것도 알고 그것이 아무 도움도 의미도 없다는 것도 알고
이거나마 해줄 수 있다는 게 잘 된 일일지도 모르지
내가 만약... 운이 더 나빴다면... 이런 생각조차 못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말이다

나는 엄마의 기뻐하는 얼굴은 정말로 보고싶다
엄마가 행복해 했으면 좋겠고
내 선물을 고마워하고 아껴줬으면 좋겠다
여기저기 자랑하면서 애지중지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아빠의 그런 얼굴을 보고싶은지는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어
누군가에게 쉽게 아빠랑 사이는 애증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더 더 더 더 깊은 애증이다 사실은
이런 마음을 자각하고 죄책감 갖는 것도 개짜증나
나는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해져서 제발... 주변에 네거티브한 소리 좀 하지말고 나도 좀 행복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내가 존나 불쌍하네
쥐뿔 안 해줬다기엔 돈 벌어 밥 먹였고 교복 입혀줬고
그래... 키워준... 씨발은혜...
개소리하네진짜씨발... 왜이렇게 미워죽겠지
저거 안 해주는 애비가 애비냐고
뭔데 유세를 떠냐고 저걸로 네가 잘났냐고
누구는 탓을 못 해서 비난을 못해서 닥치고 있냔 말이야 사람 자존심은 긁지말라고 돈내고 뺨때리라고 왜 지가 씨발... 그렇게 입터는 게 더 딸래미 깎아먹는 짓인 건 모를까
내 마음이 너무너무 깎인다고
딴 것 때문에 작아지는 게 아니라 네가 그럴때마다
한번도 정말이지 살면서 단 한번도
아빠를 내 기댈 곳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 사람은 생각하면은
내가 물에 뜬 쟁반 위에 나뭇잎으로 지은 인형이 된 것 같다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내가 가진 걸 내어서 나를 희생할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면
너무 그냥... 먹고떨어져라 책임감 구색갖추기 느낌으로 하고 있는 나 자신이라 돈아깝다
정말 모르겠다 모르겠어
죄책감 느끼는 것도 진짜 씨발... 내가 왜...
애비가 정신병자라 나도 정신병 옮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치여사는 사이에 눈치 챌 틈도 없이
이런 기분 이런 마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시간이란 게 종이처럼 접히는 무엇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남은 시간을 반으로 접어서 훌쩍 뛰어버리고
그 시간들이 설령 행복할 수 있다고 해도
그냥... 차곡차곡 접혀서
존나 작아져서
바다에 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